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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바다

한국형 MSC인증을 만들어야 할까?

by IsKra3181 2022. 9. 11.

우리나라에서도 지속가능어업인증을 받은 수산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기장물산에서는 미역으로 MSC-ASC인증을 받았고 덕화푸드는 명란 제품에 MSC인증을 부착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고의 원양기업인 동원산업도 MSC인증을 받았으며 대형마트에서도 이제 간간히 MSC인증을 받은 수산물을 찾아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MSC인증을 대신할 수 있는 이른바 '한국형 MSC'인증을 만들자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한국형 MSC를 만들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MSC인증의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외국기업을 돕는다'라는 얘기입니다. 이는 사실 MSC인증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지적일것입니다. MSC는 기업이 아니라 다국적 비영리단체입니다. 수익을 내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라 전 세계의 어업을 개선하기 위해 일하는 조직이라는 것이죠. MSC에서는 상품에 MSC인증을 부착하려면 일정 수준의 기부금(Donation)을 요구합니다. 이 때문에 MSC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하나의 기업처럼 보기도 합니다. MSC가 공급자로부터 받는 기부금은 전 세계의 어업개선을 위해 활용되며, 세계의 다양한 공익재단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저개발국이나 개도국의 어업개선에 이용하기도 합니다. 이름만 '비영리'가 아니라 명실상부한 비영리단체라는 뜻입니다. 사실 NGO 내지 NPO가 많은 서구국가에서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한국형 MSC를 만들어 활성화를 해야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수산업계에 있는 전문가들은 관료들의 책임회피를 위한 목적이라면 하나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반응입니다. 이같은 반응의 배경에는 서구국가에서는 이미 MSC인증이 보편화돼 있기 떄문입니다. MSC 역시 하나의 플랫폼이기떄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점유율을 장악하게 되면 이를 따라가는 것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전 세계서 생산된 수산물 중 MSC인증을 받은 수산물이 20% 가량 되고 MSC에서는 UN 등 국제단체들과 긴밀한 협업관계를 통해 독보적인 지속가능어업인증이 된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도 자국의 인증이 아니라 MSC인증을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스탠다드이기 때문이죠.

한국형 MSC를 주장하는 그룹에서는 일본이 자체적인 지속가능수산물 인증인 MEL을 만들어 수출에도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한 세부내용은 확인하기가 어려운데, 사실 MEL을 받아주는 곳이라면 인증을 요구하지 않는 곳이거나 MSC와 함께 부착했을 공산이 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제가 보름간의 유럽출장을 통해 배운 사실이었습니다.

사실 유럽의 소매점에서 수산물 매대에 가면 MSC인증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잘 느낄 수 있습니다. MSC인증은 사람이 먹는 수산물 뿐만 아니라 고양이사료나 델리코너의 피자에도 부착돼있습니다. 또한 세계 3대 수산박람회 중 하나인 브뤼셀 수산박람회에서도 MSC인증을 받지 않은 수산물을 파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선진국 그룹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개도국에서도 인증을 받았다는 것을 홍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들은 판매자의 입장이기때문에 수요자인 유럽사람들의 기준에 맞출 수 밖에 없는 것이겠죠.

사진속에서 피자를 들고 계신분은 MSC에서 커머셜 매니저로 근무하시는 분입니다. 사진의 피자를 보면 우측 하단에 MSC인증로고가 부착돼있습니다
영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고양이 사료인데, 여기에도 역시 MSC인증이 부착돼있습니다.

그리고 전 한국형 MSC인증이 과연 무슨 장점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농산물의 안전성 관리 기준 중 GAP라는 인증제도가 있습니다. 농산물우수관리 인증인데, 이 인증제도는 수출시 이용하는 글로벌 GAP가 있고 한국GAP가 있습니다. 두 인증은 같은 GAP이지만 관리 수준은 다릅니다. 정부에서 GAP인증 확대를 위해 관리기준을 완화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GAP인증을 활성화해 국민들에게 안전한 농식품을 공급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하지만 바로 제기되는 비판이 "우리나라사람들은 다른 나라사람들보다 덜 안전한 농산물을 먹어도 된다는 뜻이냐"는 것입니다. MSC인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정부가 MSC인증을 만들어봤자 받을 사람도 많지않을 것이고 받는다고 해도 수출을 위해서는 결국 MSC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더 나쁜 상황이라면 우리나라 기업이 ESG경영을 위해 수산물에 MSC나 ASC인증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자사의 ESG 지표를 맞추기 위한 노력이니 비판을 할 수도 없으나, MSC인증취득이 어렵다보니 국내 어업인들에게는 곤란한 일이라는 것이죠. 

하나는 확실한 것 같습니다. MSC든 MEL이든 한국형 MSC든...우리 바다에서 이뤄지는 남획과 해양환경파괴를 막을 수 있다면 어떤 제도든 활용하는 것이 낫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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