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계에서는 최근 수산자원이 남획되지 않았다는 말이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한 국립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대륙붕 면적을 감안할때 연근해어업의 적정 생산량은 400만톤 수준이기에 2016년 이후 이어지는 100만톤 이하의 어획실적은 모두 잘못된 정부의 정책때문이라고 지적하고 '남획'은 그저 신화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남획은 신화에 불과할까요? 전 그 의견에는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연근해어선의 단위노력당어획량(CPUE)은 매년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단위노력당어획량은 전체 어획량을 어획노력량으로 나눈 값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어업을 하기 위해 투입된 자원에 대비한 어획량이라고 보면 됩니다. 과거에는 10의 자원을 써서 18을 어획했었다면, 지금은 10의 자원을 써서 6도 생산하지 못합니다. 그야말로 처참한 지경이 된거죠.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선 통계청의 어선척수와 마력수를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그래프에서 파란선은 어선의 척수이고 빨간선은 국내 어선의 총 마력수입니다. 어선의 마력수는 1992년 691만316마력에서 2020년 1637만3113 마력으로 늘었습니다 30여년 만에 두배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늘어난 것이죠. 이에 비해 어선의 척수는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1992년 7만6825척이었던 어선 척수는 2020년 6만5744척으로 1만척 이상 감소했습니다. 이에 따라 어선의 척당 마력수는 1992년 89.94마력에서 2020년 249.04마력으로 급증했습니다. 어선의 마력이 늘었다는 것은 어선이 이 소모하는 연료의 양이 많아졌다고 보면 되기에 투입되는 자원이 그만큼 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선에 투입된 자원이 많아진 만큼 어획량이 늘었을까요? 최근 연근해어업생산량이 급감한 것을 감안하면 투입된 자원대비 어획량이 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모두가 예상할 것입니다.
그래프는 연도별 어선의 총마력수와 1마력당 어업생산량 그래프입니다. 어선 1마력당 어업생산량은 1992년 174.6kg에서 1993년 209.65kg으로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수준에서는 최고점을 기록합니다. 이후 빠르게 감소해 2020년에는 1마력당 어업생산량이 57.03kg밖에 안됩니다. 1마력당 어업생산량이 최고점을 기록한 1993년과 비교하면 27.2% 수준으로 1993년 대비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교수는 정부가 잡은 물고기도 가져오지 못하게 하니 단위노력당어획량, 즉 CPUE가 낮을 수 밖에 없다고 강변합니다. 사실 그의 말은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적정 어획량이 400만톤에 달할 정도로 자원이 풍부하고, 어업에 투입되는 자원이 29년전에 비해 두배이상 늘었는데 겨우 정부의 규제로 인해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100만톤에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요?
실제로 어업현장에서도 '바다에 고기가 없다'고 말합니다. 바다에 고기가 없는 상황은 결국 소비자들의 물가부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오징어의 가격변동일 것입니다. 오징어를 이용한 요리들은 아이들도 좋아해서 학교급식에도 많이 사용됐습니다. 하지만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급등, 이제 학교급식에서 연근해산 오징어를 찾아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오징어 생산량은 1990년 7만4172톤에서 1996년 25만2618톤까지 늘었다가 2010년대부터 급감, 지난해에는 6만851톤의 어획량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징어 1톤당 가격은 1990년 197만3412원에서 2020년 888만1597원까지 급등했다가 지난해 760만2557원을 기록했습니다. 어업인들의 수산자원남획이 단순히 남의 일이 아닌 이유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수산자원의 남획에 대해서는 제동을 걸어야합니다. 바다의 물고기는 스스로 재생산을 하는 자원이지만 일정 수준이하로 감소하면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 사용된 통계는 파일로 별도로 첨부할테니 필요하신분들은 마음껏 이용하시면 됩니다. 출처는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입니다.
'텅 빈 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통계로 보는 수산업 (7) 수산물은 전부 수협을 통해 팔아야할까? (0) | 2022.09.07 |
---|---|
통계로 보는 수산업 (6) 늘어나는 노후 FRP어선, 어떻게 처리해야할까? (0) | 2022.09.06 |
지속가능발전목표와 MSC인증 (0) | 2021.06.14 |
통계로 보는 수산업 (4) 양식수산물이 과연 해답일까 (1) | 2021.06.01 |
MSC와 지속가능수산물 (0) | 2021.05.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