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이나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널리 활용되는 인증제도가 있습니다.
MSC(해양관리협의회) 인증이 바로 그 인증제도입니다.
사실 MSC는 식품안전성이나 품질관련 인증처럼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으로 혜택을 주는 인증제도가 아닙니다. 수산자원과 해양생태계를 보호하는 수준에서 어획을 하고 있는 수산물에 부여되는 인증제도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수산자원보호가 소비자들과 무관한 것은 아니지만, 직접적인 체감도가 높지는 않다는 의미입니다. 이 때문에 MSC를 '지속가능수산물 인증'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지속가능수산물 인증에는 여러 종류가 있고, 이웃 나라인 일본에도 MEL이라는 일본만의 인증제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MSC라는 인증제도에 집중을 하는 것은 MSC가 하나의 국제 표준처럼 자리를 잡았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수산물의 17~18% 가량이 인증을 받았습니다. 사실 이제 미국이나 유럽 등의 국가에서는 바이어들이 MSC인증을 취득한 수산물을 우선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MSC 인증이 없다면 자신들에게 보여줄 필요도 없다고 얘기할 정도가 됐습니다.

또한 영국의 대형마트인 세인스버리는 MSC 인증을 받지 않은 수산물을 매장에서 판매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성업중인 코스트코 역시 본사차원에서 MSC 인증 수산물의 인증 비율을 일정 이상 수준으로 할 것을 지시하고 있으며 콘래드, 힐튼 등 다국적 호텔 프랜차이즈 등에서도 자사 브랜드 호텔에서 MSC인증 수산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경우 해당 호텔의 식당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언했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럽 지역의 대학 구내식당이나 식품유통기업, 외식업체 등 굉장히 많은 기업, 단체 등이 MSC인증 수산물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국제적으로 MSC의 공신력이나 영향력이 매우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전 MSC 인증제도에 대해 굉장히 우호적입니다. 정부의 규제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지속가능하지 않은 수산물을 구매하지 않음으로써 수산업계 내부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극단적이지도, 폭력적이지도 않습니다. 모든 것은 선택의 영역에 놓여있습니다. 영국에 위치한 MSC 본부가 EU나 UN등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형성하고 있긴해도 이를 정부 규제처럼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MSC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대구'가 있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대구는 유럽이나 호주, 미국 등의 국가에서 'Fish & Chips'의 형태로 소비하는 양이 많습니다. 어업과 관련한 기술이 충분히 발달하기 전에는 인간의 기술로 최대한 어획을 해도 수산자원이 그렇게 급격히 줄어들진 않았지만, 엔진이나 다른 어업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대구는 흔히 먹는 식품인 만큼 저렴한 가격에 공급돼왔는데, 남획이 이어지면서 대구 자원이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그 결과 1992년에는 캐나다 정부가 그랜드뱅크스 어장에서 대구 조업을 긴급하게 중단시키면서 어업인들과 유통업체들이 생업에 영향을 받는 상황에 이릅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어업인과 유통업체만의 문제였을까요? 그건 아닙니다. 이같은 문제는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됩니다. 1992년 1톤당 84달러 수준이었던 대구가 1995년 3790달러까지 치솟아 소비자들은 '흔한 음식'을 더이상 구매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어디선가 기시감이 느껴지는 장면 아닌가요? 유럽이나 북미지역에 '대구'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오징어'가 있습니다. 오징어는 사실 동해안에서 굉장히 흔한 수산물입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어획량이 급감, 이제 학교급식에 사용되기 부담스러운 어종이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제 '오징어와 같은 고가어종'이라는 말에 아무런 거부감이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징어 어획량 급감의 영향은 사실 어업인보다는 소비자들에게 더욱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통계청의 어업생산동향조사를 보면 2015년 기준 1톤당 300만원 이하를 기록하던 오징어 평균 가격이 지난해에는 900만원에 육박했습니다. 불과 5년여만에 3배로 뛰었습니다. 당연히 소비자들이 부담해야하는 가격도 높아졌습니다. 통상적으로 유통마진이 '정액'으로 산정되는 것이 아닌 '정률'로 산정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소비자들의 부담은 평균 가격보다 더 늘었을 겁니다.
이 문제는 사실 그간 어업이 지속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부에서 오징어 자원을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소비자 참여형 수산자원관리' 정책을 펴고 있으며 어선 감척 등 다양한 사업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소비자들이 수산자원관리에 보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합니다. 전 그 수단이 MSC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MSC역시 완벽한 인증제도는 아닙니다. 서구 사회 중심으로 만들어졌기에 우리나라의 어업여건에 접목하기에 한계도 있으며 그 기준은 점점 엄격해지고 있어 우리나라에서 과연 MSC인증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MSC에서는 어선원 등 피고용인의 노동환경문제도 MSC인증 규격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앞으로는 인증이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MSC인증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나가겠다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나라의 수산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수산물을 구매하지 않고, 생산자는 지속가능한 수산물을 생산하려 노력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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