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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바다

그 많던 물고기는 어디로 갔을까?

by IsKra3181 2021. 5. 20.

조업에 나서는 어선들. 우리바다의 물고기는 해마다 줄고 있고, 이제 '만선풍어'라는 말이 옛말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수산물을 다양하게, 그리고 많이 먹습니다. 회, 구이, 탕, 찜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그런데 그런 물고기들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더욱 빠른 감소속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소비자들의 수산물 소비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즉 사람들은 같은 수산물을 점점 비싼 가격에 사먹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이죠.

 

  오징어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겁니다. 예전에 속초 등 동해안으로 여행을 가서 식당에 앉으면 오징어는 그냥 '서비스'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요? 이제는 어떤 식당도 오징어회를 서비스로 제공하지 않습니다. 가격이 '매우' 비싸졌기 때문입니다. 예산이 한정된 학교급식 등에서는 이제 오징어를 쓰는 것이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습니다. 

 

  사람들이 수산자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제2의, 제3의 오징어가 계속 늘어날 겁니다. 사실 이건 제가 바다와 수산자원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바다에서 물고기가 줄어들고 있는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 그래프는 국가기관인 통계청이 발표하는 어업생산동향조사의 일부분입니다. 수산자원을 이야기 하는데 왜 일반해면어업생산량을 지표로 사용하는지 궁금하실수도 있을겁니다. 그 이유는 수산자원과 관련한 조사자료는 외부로 공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산자원의 양을 유추할 수 있는 신뢰성있는 정보가 어획량이기 때문에 이걸 데이터로 사용합니다.또한 우리가 흔히 '수산자원'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주로 바다의 자원을 이야기하기에 '일반해면어업'으로 범위를 좁혔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일반해면어업(연근해어업) 생산량은 1970년 이후 꾸준히 늘어나다가 1986년 172만5820톤으로 역대최고치를 기록합니다. 어선어업과 관련한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데 따른 영향입니다. 하지만 이후의 그래프는 우울한 전망이 가능하게 합니다. 1986년을 기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한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2016년 90만7580톤까지 감소합니다. 물론 2018년에 일시적으로 100만톤을 넘긴 했지만 이내 90만톤대 초반으로 내려앉았습니다. 물고기가 줄어든 만큼 같은 양의 물고기를 사다먹는 소비자들의 부담은 커졌을 거라고 보면 됩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우리바다의 수산자원이 감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물고기가 줄어드는 것은 하나의 '현상'이지만 '왜 감소했는지'를 두고서는 다양한 말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을 3가지 정도로 추릴 수 있습니다. 

  첫번째 이유로 거론되는 것이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입니다.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과 같은 바다를 공유합니다. 사실 우리나라도 일본수역에서 '도둑고기를 잡는다'고 하는 불법조업을 종종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스케일이 남다른 수준의 불법조업을 합니다. 물론 정확히 어느 정도를 불법조업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통계는 없습니다. 말 그대로 '불법'이니까요.

 

  하지만 중국어선이 우리 수역 또는 북한 수역에서의 오징어 불법어획량을 유추한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바로 글로벌피싱와치(GFW, Global Fishing Watch)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이정삼 실장이 참여한 연구논문입니다. 해당 논문을 살펴보면 2017~2018년 2년간 중국에서 출발한 어선의 오징어 어획량은 보수적으로 산정했을때 16만4100톤 수준이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오징어 어획량은 중국어선이 입어하기 전인 2003년 23만3254톤에서 2018년 4만6274톤까지 줄었습니다. 중국어선의 '싹쓸이조업'이 수산자원 감소의 한 원인중 하나라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2020 기후변화평가보고서상 수온변화.

  두번째 이유로는 기후변화가 꼽힙니다. 정확히는 지구온난화의 결과라고 말하는게 맞을 겁니다.

  환경부가 발간한 2020 기후변화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역은 1968~2016년의 49년간 표층수온이 1.23℃ 상승해 전 세계 평균인 0.47℃에 비해 2.6배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기후변화로 수온이 상승하면 해양환경이 변화하고 이는 곧 어류를 비롯한 수산생물의 서식지가 변화하고 어획량 증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바다에 사는 생물들은 수온의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이 역시 수산자원 감소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수산자원공단 소속 수산자원조사원들이 어획된 수산물을 측정하고 있다.

  세번째로는 어업인의 남획을 꼽을 수 있습니다. 

  수산자원은 사람이 잘 관리하기만해도 계속 생산할 수 있습니다. 수산자원분야의 전문가들은 수산자원의 이같은 특성을 두고 '자율갱신성 자원'이라고 표현합니다. 예를 들면 100마리의 물고기 중 50마리를 덜어낸다해도 바다 내부에서 스스로 100마리 수준까지 회복한다는 겁니다. 즉, '적당히' 잡기만 한다면 후손까지 계속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만 이 역시 '치어'라고 부르는 어린 물고기와 알을 낳을 어미물고기가 잘 보호됐을때의 이야기 입니다. 어린물고기와 알을 낳지 못한 어미물고기를 싹쓸이한다면 어족자원은 당연히 감소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앞서 언급된 세가지 이유 어느 하나때문에 물고기가 감소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영향도 있을 것이고 수온상승에 따른 해양환경의 변화 영향도 있을겁니다. 또한 어업인들의 과도한 어획이나 무분별한 어획의 영향도 있을겁니다. 다만 어느 쪽의 영향이 더 크고, 어떤 이유의 영향이 적은지는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고민해야하는 것은 보통사람인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 입니다. 수산자원은 국가의 것도 아니고, 어업인의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자원입니다. 특정인들에게 배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해도 그 소유주는 결국 우리 국민 모두라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용하는 재산이 어떤 이유에서든 수산자원은 줄어들고 있고 이 추세대로라면 소비자들이 수산물을 구매하는데 점점 더 많은 돈을 써야하게 됩니다. 결국 국민 대다수가 피해를 보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거죠. 누군가는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탓이라며 책임을 피할 것이고, 누군가는 일부 어업인의 불법조업과 남획때문이라고 할 겁니다. 또다른 이들은 낚시객들이 과도하게 조획한다며 비판을 할 것이고 또다른 누군가는 기후변화로 인한 것이라는 변명을 할 수도 있습니다.

 

  왜 줄었는지 잘잘못을 따지는 대신, 어떻게 하면 우리 바다가 다시 풍요로워질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할 시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불법어획물이 소비자의 밥상에 오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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