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자원의 남획, 누구의 책임일까?

2016년 일반해면어업 생산량이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100만톤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다른 말로하면 소비자들은 수산물을 구매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한다는 말일 겁니다. 그렇다면 왜 줄었을까요? 사실 전 세계가 물고기가 줄어든 것에 대해 컨센서스를 형성하고 있는 원인이 있습니다. 바로 수산자원의 '남획(Overfishing)'입니다. 분별없는 어획이 이뤄졌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바다에서는 남획이 이뤄졌을까요? 보기에 따라 다를 수는 있을겁니다. 제주대에 소속된 모 교수님께서는 언론사에 기고한 글을 통해 '남획'이라는 말은 정치적이며 원인을 정확히 모르는채 책임을 일단 어민들에게 돌린다며 정부 등에 강한 반감을 표합니다.
그런데 남획이라는 말에 '분개'해야할 사람은 그 교수님이 아니라 소비자일겁니다. 바다의 물고기의 주인은 어업인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니까요. 우리는 물고기와 같은 자원을 '공유재'라고 부릅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 어업인들에게 수산자원을 배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줬습니다. 이른바 '어업허가'입니다. 허가를 받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상업적인 목적의 어로행위를 할 수 없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어업인들이 부여받은 '허가'는 사실 엄청난 특혜입니다. 우리 바다에서 조업하는 어업인 중 공유재를 이용하는데 그에 적합한 비용을 지불하는 어업인은 단 한명도 없습니다. 모든 자원을 무료로 그냥 이용하기만 하는 것이죠. 그래서일까요? 어업인들의 조업방식은 굉장히 경쟁적이고 파괴적입니다. 내가 잡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잡을 것이라는 우려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물고기들의 크기가 사람이 먹기에 적당한 크기일까요? 당연히 아닐겁니다. 메모지 하단을 보면 '사료'라고 적혀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힘들게 어획을 했는데 결국 다른 물고기의 밥으로 사용하게 된다는 겁니다. 수산자원이 줄었다고 하면서 이런 물고기들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 사진은 어떨까요? 참조기입니다. 한눈에 봐도 작은 크기들입니다. 아직 한번도 알을 낳지 않은 물고기들을 저렇게 마구잡이라도 잡아들인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실 이건 수산업에 대해서 알지 못해도 물고기의 씨가 마르게 될 것이라고 대답할 겁니다. 물고기가 늘어나려면 어미 물고기가 늘어나서 더 많이 산란하고, 더 많이 부화에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거니까요.
그렇다면 수산자원의 남획은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요? 저는 우선 정부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국민의 자산을 보호할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가지고도 어업인들의 불법과 남획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으며 외국어선에 의한 불법조업도 막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두번째로는 어민들의 책임도 분명합니다. 10원짜리 하나 내지 않고 국민들의 자원을 독점적인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바다를 황폐하게 만드는데 일조해왔습니다. 다만 어민들의 조업과정에서 수난구조나 구호 등에 나서고 있으며 지역사회를 유지·발전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감안할 필요는 있습니다.
가장 강한 비판을 받아야할 사람들은 바로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전문가들일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는 나치독일로부터 4년간 지배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나치독일이 패퇴한 후 6년에 걸쳐 나치 부역자로 불리는 반역자들을 청산합니다. 가장 엄격한 처벌을 받았던 이들은 바로 언론인과 지식인이었습니다. 프랑스인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것이야 말로 가장 큰 범죄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남획이라는 표현이 정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거나, 어선이 줄어서 어획량이 감소했다는 등의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은 여전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적인 목적은 '수산업의 부흥' 내지 '진흥'일겁니다. 그런데 과연 수산자원의 남획을 방치하는 것이 수산업의 부흥을 가져올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아마도 이런 분들의 말을 믿고 싶은 사람은 아마 자신들의 과오를 덮거나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어민들 밖에 없을 겁니다. 특히 수산자원의 보호나 회복이 '관념적이고 윤리도덕 냄새마저 나는 이런 구호들' 수준으로 바라보시는 분의 주장이라고 하면 더더욱 그럴 것입니다.